---> 1부에서 이어집니다.
마지막으로, 대전 석교동 마을화폐 <벗>입니다. 석교동 역시 시흥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주민 공모를 통해 화폐 명칭과 디자인을 정했습니다. <벗>은 ‘마을 사람들끼리 두루두루 이웃처럼 지내자’는 의미로 권종은 1천/5천/1만 벗 이렇게 3종입니다. 위·변조 방지를 위해 홀로그램도 넣었다고 합니다.
석교동은 인구수 1만 7천 명 정도의 작은 마을입니다(지속적으로 인구 감소 중). 이 중 20%가 65세 이상으로 고령인구 비율이 상당히 높은 지역입니다. <벗>은 마을에서 소득이 늘어날 순 없어도 순환경제의 고리는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 탄생한 지역화폐입니다. 2017년 9월~12월 사이 9주간의 시범 사업을 거쳤고 올해 중 추가 시범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범 운영 기간 중 공동체가게 수는 41곳, 이용자 수는 300여 명이었다고 합니다. <벗>으로 환전한 주민에게 <모아>의 경우처럼 5%를 ‘덤’으로 지급했고, 9주 동안 총 발행액은 약 1천만 벗이었다고 하니 한 가게 당 평균 25만 벗이 쓰인 셈입니다. 해보니 공동체가게 중 동네 슈퍼에서 가장 많이 쓰였다고 하는데, <벗>을 받은 공동체가게 주인들도 주로 동네 슈퍼에서 <벗>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담배 하나를 사더라도 한 번 더 생각한 후 굳이 공동체가게를 방문하게 되었다는 반응들도 있었다고 하니, 이 모든 게 결코 작지 않은 성과라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공동체가게가 자발적으로 환전처가 되어 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아, 참. <벗>을 발행하는 단체는 ‘석교마을앤(N)사람’이라는 사회적협동조합입니다(http://www.doldari-n.net 참조).
그리고 <벗>은 우리 마포의 <모아>처럼 공동체기금(마을공익기금)을 적립합니다. 공동체가게가 <벗>을 현금으로 태환할 때 3%를 마을공익기금에 출연하는데, 이렇게 9주간의 시범 운영 기간 동안 쌓인 기금이 약 30만 원에 달합니다.
<벗>이 우리 마포의 <모아>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끼셨죠. 네, 맞습니다. 석교동에서 마포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저희로선 감사하죠. 그만큼 인정을 해주신다는 의미니까요. 2017년 5월 31일, 석교동에서 지역화폐 시범 운영을 위해 우리 마포를 탐방한 날입니다. 마포 지역화폐 <모아> 시행 1년을 돌아보고 석교동 마을화폐 시범 운영을 위한 세부 준비 사항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대전에서 올라오셨습니다. <모아>의 윤성일 대표를 만나 화폐 운영에 관한 구체적인 얘기를 듣고 직접 <모아>를 사용하여 공동체가게를 이용했습니다. 이번 간담회에서 시흥에서 오신 분도 지금의 <시루>가 있을 수 있었던 건 모두 <모아> 덕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 정도면 우리 마포가 다른 지역에 미친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시겠죠. 평소 윤성일 대표의 소위 ‘자뻑’이 허세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진짜 마지막으로, 다른 지역화폐 잉태의 귀감이 된 <모아>의 윤성일 대표는 우리가 왜 ‘지역화폐’를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며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지역화폐는 경제 재구성의 도구이며 경제 주체와의 좋은 관계 맺기의 매개라는 점, 이러한 관계를 통해 대안경제/공동체경제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마포 <모아>의 지난 1년 반은 미력하나마 이를 확인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지역화폐의 파생 효과로서 공동체은행, 복지, 일자리 정책 등으로 대변되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방정부와의 협치(기본소득, 아동 수당 지급 등)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지역화폐의 정착을 위해 생활권역별 공동체가게와 이용자 수 확대와 같은 소비인프라 확충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릅니다. 이와 함께 지속가능한 지역화폐 운영을 위해 운영비 확보와 같은 실질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 역시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궁극의 과제는 소비 패턴의 전환입니다. 무관하진 않지만, 늘어나는 공동체가게가 곧 소위 ‘착한 소비’의 확산과 직결된다고 단언할 수도 없습니다. 개인의 소비 패턴의 변화는 더딜 수밖에 없는데 이 여정에서 ‘착한 소비’를 이끌어내는 것이 <모아> 지역화폐 운동의 혁신 과제입니다.
<3부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