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에서 이어집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지금까지의 얘기를 정리해보자. 노원(NW)은 노동을 통해 벌어들이기에 1시간 노동에 7,000노원을 제공하게 되면 700노원일 때와는 얘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노원구청은 이 점을 적극 고려하여 지역화폐 시스템을 구축했을 것이다. 국세청은 법정화폐로 7,000원의 시급을 받는 사람의 경우처럼 7,000노원에 대해서도 소득세 원천징수를 할 것이다당연히 형평성 차원에서 그게 맞기도 하고또한 구청은 내년까지 노원화폐 회원 15만 명가맹점 1,900개를 목표로 하고 있으니 시급 7,000노원은 시중에 상당한 돈이 유통될 것임을 암시하는 액수다그러니 이 정도면 원하든 원치 않던 국세청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이미 구청에서 보도 자료까지 배포하기도 했고). 블록체인이라고 하니 주고받은 액수가 투명하게 다 드러나기까지 한다중요한 건시급을 7,000노원으로 정하면 그 파급 효과로 이제 이 장부에 기록되어 있는 금액들은 국세청의 의심을 살만큼 유의미한 수준이 된다는 점. "너희들세금 피하려고 지역화폐 만든 거 아냐그럴 의도가 아니었더라도 노원화폐 유통으로 인해 덜 걷힌 소득세와 법인세가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추정되니 들여다봐야겠다." 노원구청은 국세청의 이러한 대응을 사전에 예상하고 시급 700노원 등으로 예방적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처럼 구청이 노원(NW)을 비공식 소액 지역화폐로 만들어야 했던 이유는 바로 세금에 있다.

 

시급 700원으로 기본 생활조차 영위하기 힘들다는 걸 노원화폐 설계자들도 몰랐을 리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를 최저임금 수준에 조차 훨씬 못 미치는 액수로 정한 건지금까지 설명한 이유(조세 관련)에서 였을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다정리하면 시급 700노원개인 적립 한도 5만 노원가맹점에서의 제한적인 노원 결제 비율, 3년의 유효기간 등 이 모든 패키지 세팅은 <국세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 정도의 지역화폐 발행/사용 규모의 수준이 어느 정도일까>라는 고심의 산물이다. 노원화폐 탄생 배경을 고려할 때 이 이유가 아니고선 시급 700노원 등의 기준들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세금의 관점에서 보니 비로소 이러한 조치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여기에시급 700노원의 기원을 파헤치다 덤으로 얻은 통찰 아닌 통찰이 있다. 글 초반에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노원(NW)은 발행 3년 후 깨끗이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공식적으론(국세청 전산망에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3년 후 지방세 수납 혹은 현금으로의 태환? 이런 거 없다잠시 노원구에 디지털의 형상으로 소풍 왔다가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3년 후 원(Won, 없이 하늘로 돌아갈 뿐이다. 며칠 전 링크한지역화폐 애니메이션 영상에 등장한 화폐의 역할 및 모습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여기까지 와보니 다소 허무하다혁신적인 시도이긴 한데 현실의 제도와 본의 아니게 부딪치는 면이 노원화폐 활성화의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노원(NW)을 비공식 소액 지역화폐로 만들어야 했던 이유는 바로 세금에 있다고 했는데당당하게 공식 지역화폐로 설계하여 노동의 가치도 현실에 맞게 높여주고 국세청에 당당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시스템으로 만들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그런데 이 경우에도 또 다른 현실의 제도와 갈등이 생길 수 있다이번엔 법정화폐인 원화를 발행하는 한국은행이 적당한 시점에 시비를 걸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노원화폐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가만히 보고만 있겠지만지역화폐가 잘된다 싶으면 한국은행이 지역화폐가 감히 법화의 유통을 교란시킨다며 노원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구청은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한 노원화폐 사업을 두고 내년까지 회원 15만 명가맹점 수 1,90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으로이 계획대로 된다면 국세청 또는 한국은행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다이 지점에서 어찌됐든 한 가지 확실해진 점이 있다구청이 노원에서의 지역화폐 운동이 번창할 것으로 확신하고 이를 전제로 설계했다는 점이다구청에서 그만큼 노원화폐에 강한 자신감과 애착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그러다 보니 향후 국세청이나 한국은행과 얼굴을 붉히지 않는 선을 찾아야 했고그것이 시급 700노원이었던 것이다

 

여기까지 글을 쓰다 보니구청이 국세청보다는 한국은행을 더 두려워했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세금 얘기로 글 다 썼는데... 젠장). 왜냐하면 세금은 그냥 내면 된다어차피 노원이 아닌 원화로 받았어도 납부했을 세금이니까국세청은 지역화폐 확산 그 자체보다는 어찌됐든 세금을 제대로 내느냐가 중요하므로아무리 지역화폐 운동이 열기를 띤다 해도 세금만 잘 내면 시비 걸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한국은행은 다르다감히 법화인 원화에 도전하는 것들은 불순 세력으로 간주하고 싹을 자르려 할 것이기에 지역화폐 확산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 분명하다그렇다노원구청의 잠재적 스파링 상대는 한국은행이었다. 그런 점에서 <(Won) 없이 살 수 있는 노원(No-Won 만들기)>는 매우 도발적인 캐치프레이즈가 아닐 수 없다ㅋㅋㅋ. 원화 없이 살 수 있는 노원(No-Won)이라고 말하기엔 앞으로도 원화 통용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이기에 원통(Won)하기까지 하다

 

이제 다른 얘기를 하며 글을 마무리 하려한다그나저나 타임뱅크(Time Bank)이자 레츠(LETS)인 노원화폐보통의 레츠와는 다르게 마이너스(-) 계정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도덕적 해이를 막고자 그렇게 한 거 같은데 마이너스를 허용하되, 5만 적립 한도처럼 그 하한선을 정해도 괜찮았을 듯아마 회원끼리 노원을 증여할 수 있게 한 것이 이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해본다지역화폐 증여!! 참신하다마을 차원의 자발적 복지/재분배라 할 수 있으니화폐 증여가 사실상의 양자 간 '대여'로 변질되지 않고 다자 간 호혜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 좋겠다. 이를테면, B가맹점의 4,000원짜리 커피를 사먹고 싶은데 법정화폐가 3,000원 밖에 없는 회원이 있다고 하자이때 A가맹점이 이 회원에게 1,000노원을 선물하면 이를 받은 회원이 이걸 들고 B가맹점에 가서 사용하는 식이다이것이 다자 간 호혜의 관계다증여는 필히 순환을 낳는다증여와 순환은 같이 간다이 과정에서 상호부조와 연대의 가치가 생성한다위에서 언급한 3분짜리 애니메이션의 메시지도 이것이고오늘 혜성같이 등장했다가 3년 후 조용히 사라지는 노원화폐의 3년 동안의 임무도 이것이다증여와 순환을 통한 지역공동체와 자원순환경제의 회복!!

 

다시 이쯤 되니 골리앗(국세청 또는 한국은행)에 움츠러든 노원을 보며 허탈감을 느낄 필요는 없을 거 같다. <(Won)없이(Won, 없이 살(buying & living) 수 있는 노원(No-Won) 만들기>. 가능할 거 같다그리고 꼭 노원화폐 관계자를 만나 탄생 스토리를 들어보고 싶다.

 

추신노원구청도 가맹점이 되어 지방세(자치구세 등)를 받아 구청 직원들에게 일정액을 선물한다든가 특정 구민에게 포상금 형태로 증여하는 등 구정에 활용할 여지도 많다고 생각한다(지방세 수납은 유효기간 내 노원화폐를 전제로 한 거임).